우리나라 토종 밀, 앉은뱅이 밀

  • 정유용 강진우리신문 객원기자



  • 우리나라에서 국수는 밥 다음 가는 주식으로, 배가 많이 고프지 않거나 시간이 없을 때면 ‘밥 대신 국수 한 그릇으로 대충 먹자’라는 말을 하게 된다. 요즘에는 쌀국수, 녹차국수 등 다양한 종류의 국수가 많지만 옛날에는 밀가루나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전부였다. 특히 밀이 귀해서 밀로 만든 밀국수는 일반 서민은 물론 궁중에서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별식이었다. 밀가루는 유럽과 같은 서양뿐만 아니라 옛부터 아시아에서도 이용한 식재료였다. 중국의 경우 제빵용 밀 등은 수 천년 전부터 전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B.C. 1~2세기경 이용했을 밀의 유적이 발견되어 일찍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로 소작이 많지 않아『고려도경(高麗圖經)』(권22), 「향음(鄕飮)」에서 “잔치 때에는 국수를 성찬으로 아는데, 밀가루가 부족하여 북경으로부터 수입한다”라고 하여 밀가루가 귀한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렇게 귀하게 여겨졌던 밀가루가 언제부터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된 것일까?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1970년대 국내 식량사정 악화에 따른 정부의 분식장려운동과 미국의 무상원조 밀의 급증으로 오늘날과 같이 밀가루가 널리 이용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도에 국산밀 자급률이 16%까지 유지된 적이 있다. 그러나 1984년 정부의 수매 중단, 밀 수입 자유화와 국산밀의 가격과 품질이 경제성이 낮은 이유로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1960년대 해외의 값싼 밀 수입이, 급기야는 1982년 밀 수입 자유화를 가져왔고, 1984년 국산 밀 수매 폐지로 이어지면서 국내 밀 생산 기반은 급격히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은 쌀에 이어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먹는 곡물. 농림축산식품부 ‘2011년도 양곡 수급 상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5kg. 하지만 밀의 곡물자급률은 1.0%, 식량자급률은 1.9%에 그치고 있다. 또한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은 452만2천톤에 이르는 밀을 수입했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 밀은 4만4천톤에 그쳤다. 수입산이 국내산의 100배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덕분에 토종 우리 밀 ‘앉은뱅이 밀’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내 토종 밀 품종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앉은뱅이 밀’이라 하여 키가 1미터에 달하는 서양 밀에 비해 키가 50~80cm로 작은 품종이 있다. 그런데 이 앉은뱅이 밀이 육종학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키가 작고 줄기가 튼실하면 많은 낱알을 달고도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학자들은 앉은뱅이 밀의 작은 키와 수확이 많은 품종을 교배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이 1905년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조선밀’ 곧 앉은뱅이 밀을 일본으로 들여가 ‘농림 10호’로 육종했다.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는 일본에서 찾아낸 앉은뱅이 밀 계열의 품종을 미국에 가져가 1945년 ‘소노라 64호’로 품종 개량해 보급했으며, 이는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1억 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세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노먼 박사는 앉은뱅이 밀로 밀 수확량을 60%까지 늘리는 녹색혁명을 이루었다. 이로써 동남아와 멕시코 식량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그는 농학자로서는 최초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결론적으로 기원전부터 재배된 우리나라 토종밀이 그만큼 뛰어난 유전자를 지녔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세계 제일의 밀 수출국이 된 미국 밀의 기원이 우리 밀이었다. 이를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함에도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밀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쌀 1인당 연간 소비량은 61.8kg 이하로 떨어졌고 밀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32.1kg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는 쌀의 경우, 정부 수매제로 100% 이상 자급자족하고 있으나, 밀의 경우는 1984년 밀 수매제 폐지로 ‘앉은뱅이 밀’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경남 진주의 금곡정미소의 각별한 노력에 힘입어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앉은뱅이 밀은 통상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흘 동안 심고, 다음해 6월 10~15일께 수확을 한다. 품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 앉은뱅이 밀이 보존되고 부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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