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200여 년 전 다산 선생의 글을 통해서 선생이 얼마나 백성들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했는지 그의 대표 저서인 흠흠신서 서문을 통해 작금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 털끝만한 일도 세밀히 분석해서 처리하지 않고서 소홀히 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되는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고,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태연하고 편안하게 여긴다.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얻고 부인들을 호리기도 하면서, 백성들의 비참한 절규의 소리를 듣고도 그것을 구제할 줄 모르니, 이는 매우 큰 죄악이 된다.
인명에 관한 범죄인 옥사(獄事)는 모든 군현(郡縣)에서 항상 일어나는 것이고 지방관이 항상 만나는 일인데도, 실상을 조사하는 것이 항상 엉성하고 죄를 결정하는 것이 항상 잘못된다. 옛날 정조 시대 때는 감사(監司)와 수령 등이 항상 이것 때문에 배척을 당했으므로, 차츰 경계하여 근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근년에 와서는 다시 제대로 다스리지 않아서 억울한 옥사가 많아졌다.
내가 목민에 관한 말을 수집하고 나서, 인명에 대해서는‘이는 마땅히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있어야겠다.’하고, 드디어 이 책을 별도로 편찬하였다. 경서(經書)의 해설인 훈설(訓說)을 머리에 실어서 정밀한 뜻을 밝히고, 다음에 역사적 자취를 실어서 옛날의 관례를 나타내었으니, 이것이 경사지요(經史之要)로서 3권이다.
다음에는 비판하고 자세히 논박한 말을 실어서 당시의 법식을 살폈으니, 이것이 비상지준(批詳之雋)으로 5권이다. 다음에는 청(淸) 나라 사람이 죄를 헤아려 형벌을 정한 의단(擬斷)의 사례를 실어서 차등을 분별하였으니, 이것이 의율지차(擬律之差)로 4권이다.
다음에는 선조(先朝) 때 각 군현의 문답안(公案) 중에서 문사(文詞)와 논리가 비루하고 속된 것은 그 뜻에 따라 윤색하고, 형조의 의론과 왕의 판결은 삼가 그대로 기록하되 간간이 내 의견을 덧붙여서 천명하였으니, 이것이 상형지의(祥刑之議)로 15권이다.
전에 황해도 지방의 군읍에 있을 적에 왕명을 받들어 옥사를 다스렸고, 들어와서 형조 참의가 되어 또 이 일을 맡았었다. 그리고 유배 때 때때로 옥사의 정상을 들으면 또한 장난삼아 가상적으로 옥사를 논하고 죄를 정해 보았는데, 변변치 못한 나의 이 글을 끝에 붙였으니, 이것이 전발지사(剪跋之詞)로 3권이다. 이들이 모두 30권으로,《흠흠신서(欽欽新書)》라 이름하였다.
내용이 자잘하고 잡스러워서 순수하지는 못하지만, 일을 당한 이는 그래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중략) ‘흠흠(欽欽)’이라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삼가고 삼가는(欽欽)것은 본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인 것이기 때문이다.“ - 다산시문집 제12권 / 서(序) -
200여 년 전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이 모두 목민관에 의해 행사되던 시절, 다산 선생은 백성들이 얼마나 탄압을 받고 인명이 파리 목숨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직접 민생현장에서 확인하였다.
그래서 목민심서를 쓰면서 별책으로 인명을 다루는 법과 형벌에 대해서 상세히 매뉴얼을 만든 것이라고 흠흠신서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만큼 선생은 백성들의 생명은 고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하물며 2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이야기를 꺼내기가 두려울 만큼 수많은 사건 사고들로 인명존중 사상은 사라져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뿐만아니라 법을 다루는 공권력 역시 다산 선생께서 이야기 한 흠흠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공권력이 남용되고 불공정하게 집행되어 사회적 비판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 털끝만한 일도 세밀히 분석해서 처리하지 않고서 소홀히 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되는 사람을 죽게 하기도 하고,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태연하고 편안하게 여긴다.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얻고 부인들을 호리기도 하면서, 백성들의 비참한 절규의 소리를 듣고도 그것을 구제할 줄 모르니, 이는 매우 큰 죄악이 된다.”라는 다산 선생의 숭고하고 고귀한 인명 존중 사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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