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의 삶에 애환이 서린 충주 하담!


  • 艸石 진규동 박사 

    다산미래원 원장 

    다산의 2,500여 수의 시 가운데 충주 하담(荷潭)과 관련된 시가 여러 편 있다. 그만큼 그곳에 자주 오가며 그 때 그 때의 심정을 시에 담아 놓은 다산의 삶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특히, 현재의 충주시 금가면 하담리에 위치한 모현정(慕賢亭) 인근에는 다산의 조부 정지해의 묘가 있었고, 어머니 해남 윤씨 묘도 이곳에 있었다.(영조 46년,1770). 그리고 아버지 정재원도 사망(정조 16년,1792) 후 어머니 묘소에 합장되었고, 다산의 둘째 형 정약전 부부도 이곳에 묻혔다. 

    그래서 다산은 과거에 급제할 때, 유배를 갈 때, 해배되어 돌아 왔을 때마다 선영에 들려 어머니와 선조들께 인사를 드렸던 곳이다. 그 흔적들이 다산시문집에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30여 년 전 천주교 천진암 성지로 이장되어 이곳에는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다산의 시 가운데 하담과 관련된 시는 1777년 10월 16세 때 아버지가 전라도 화순 현감으로 부임하는 길에 동행하며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이곳을 찾아 쓴 시가 있다. 

    아홉 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후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열여섯 살에 장가든 어른이 되어 양반의 갓을 쓰고 묘소를 찾았을 때 쓴 시이다. 그 때의 심경을 다산은 다음과 같이  시로 그려냈다.

     

    서글퍼라 서쪽으로 돌아온 배

    어느새 7년 세월 까마득해라.

    이제는 검은 관을 드높이 쓰고

    화려한 일산까지 펄펄 날리네.

    세월이 지난 풀 위엔 첫눈이 얽혔고

    저녁 연기는 삼나무를 감싸고 있네.

    둥지에 든 새들이 짹짹거리니

    흐르는 눈물방울 어찌 거두리.

    - 「하담에 머물다」(宿荷潭)

     

    그리고 1783년 정조 7년 다산의 나이 22세 때, 진사과에 합격하여 합격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어머니께 합격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반겨줄 어머니는 말이 없으니 우뚝 서서 눈물만 흘린다는 시에서 어머니 생각이 간절한 다산의 모습이 그려진 「하담에 도착해서」(到荷潭)라는 시도 있다. 

    또, 1789년 1월 27일 정조 13년 다산의 나이 28세 때, 과거에 급제했을 때 마침 아버지가 울산 도호부사로 발령이 나서 아버지를 충주까지 배웅했다. 그 때 어머니 묘소에서 과거에 합격한 소식을 보고 드리면서 쓴 「하담에 도착해서」(次荷潭)라는 시도 있다.  

    그리고 1801년 3월 2일 다산의 나이 40세 때 정조의 죽음과 더불어 정순왕후의 천주교 금지령에 연루되어 경상도 장기현으로 유배 가는 길에 이곳에 도착하여 부모님 묘소에 성묘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 때 지은 「하담의 이별」(荷潭別)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아버님이여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어머님께선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집안이 갑자기 무너져버려

    죽고 살아남는 이 지경이 되었어요.

    이 목숨 비록 부지는 했지만

    몸뚱이 아깝게도 이미 이지러졌습니다.

    아이들 낳아 부모님 기뻐하시며

    부지런히 붙잡아 기르셨지요.

    하늘 같은 그 은혜 꼭 갚으려 했더니

    깎아버림 당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 세상 사람 대부분

    다시는 아들 낳았다 기뻐하지 않겠네요.

    - 「하담의 이별」(荷潭別)

     

    유배를 떠나며 부모님께 못다 한 자식의 도리를 하소연 하며 쓴 시이다. 아들 낳았다고 기뻐하신 부모님께 하늘같은 그 은혜 꼭 갚으려 했더니만 불효한 마음을 시로 담아낸 것이다. 

    다산의 애환이 서린 충주 하담 모현정 앞 남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5월의 푸르른 나뭇가지에 새들은 여전히 푸르름을 노래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다산의 시를 통해 희노애락은 물론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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