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오학론(五學論), 오늘을 이야기하다!

• • 작성일 2022-06-30 16:56:40 | 수정일 2022-06-30 16: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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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이 서양세력이 동양에 진출하는 이른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사적 전환기에 인물이다.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외침으로 조선은 그야말로 황폐하기 그지없던 시기였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피폐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선의 사상적 토대인 유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이 싹트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분석 비판한 것이 바로 다산의 오학론(五學論)이다. 당시 학문은 백성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부계층만의 학문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실학(實學)이다. 

  ‘실용(實用)’을 중시하는 학풍으로 다산은 유배 18년 고대 유교 경전을 통하여 600여 권의 책을 저술 “다산학”이라는 독창적 학문을 통하여 실학을 집대성하였다. 그것이 국가의 전반적인 개혁은 물론 백성들을 위한 위국 애민의 사상적 토대로 만들고자 꿈꾸었던 것이다. 

  다산은 당대의 주요 학문인 성리학(性理學), 훈고학(訓詁學), 문장학(文章學), 과거학(科擧學), 술수학(術數學)이라는 오학론(五學論)에 대한 병폐를 다음과 같이 낱낱이 지적하고 진정한 학문은 실천성과 유용성 및 합리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리학(性理學)은 학자들이 논의만 하는데 정력을 소모하고 그런 논의가 줄기와 가지와 잎새가 수천수만으로 갈라져 자질구레한 개념분석에 빠져 본래의 정신을 잃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터럭 끝까지 세밀히 분석하면서 서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기세를 올리면서 남의 주장을 배척하는가 하면, 묵묵히 마음을 가다듬어 연구에 몰두하기도 하다가 끝에 가서는 대단한 것을 깨달은 것처럼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스스로 천하의 고묘(高妙)한 이치를 다 터득했다고 떠든다고 하였다. 

  마치 오늘날 어떤 광경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다. 훈고학(訓詁學)에 대해서 다산은 학문의 표준을 언제나 경전 그 자체에서 확인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옛것을 알고 그것을 통해서 백성들에게 더욱 위안이 되고 그것을 통해서 더욱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문장의 단락만을 해석하여 서로 다름에 대한 것만 밝히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정(正)과 부정(不正)을 구별하여 몸소 체험하여 실행하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으니, 이것이 무슨 학문인가라고 그 폐단을 비판하였다. 다산의 판단 기준은 진리이지 기존의 학문전통이나 권위가 아니라고 하였다. 

  또 문장학(文章學)은 유가에서 존숭 되는 경전들은 본래 일정한 격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내용을 개성적인 문장에 담아낸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문장이라는 것이 허공에 걸려 있고 땅에 펼쳐져 있어 바라볼 수 있고 달려가 잡을 수 있냐며 부질없는 학문이라고 하였다. 

  다산은 문장학이 춘추전국이 지나면서 내용은 뒷전이고, 문장의 표현과 기교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문장은 청대(淸代)의 파격적 사조를 모방해 인간의 정감을 실속은 없고 겉만 화려하게 하고 심하게 뒤흔들어 놓아 세상에서 이름을 얻으려는 부류들로 우글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과거학(科擧學) 또한 이 세상을 주관(主管)하면서 온 천하를 배우(俳優)가 연극을 연출하는 것과 같은 기교로 통솔하는 것이 과거학이라고 하였다. 과거학이 허황하고 교묘한 말로 문장을 꾸며 벼슬길만을 노리고 있다고 하였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목민관을 뽑기 위한 과거가 학문은 박식하고 의젓하지만, 마음에는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절실한 고민과 모색이 없는 출세 지향 주의로 흘러 진정한 목민관을 육성치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오히려 과거학이 퇴폐하고 나라를 병들어 가게 하는 폐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술수학(術數學)은 학문이 아니라 혹술(惑術) 즉 사람을 유혹하는 학문이라고 하였다.   

  당시에 불안한 사회 속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도참설, 풍수설, 역술 법 등으로 불안한 앞날을 예견하거나 길흉을 점치는 백성을 현혹하는 혹술이라고 하였다. 다산은 공자 같은 성인도 앞일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학문이 아니라 미신이라고 주장하였다. 풍수지리설 역시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없고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거짓된 속임수라고 비판하였다.

  이처럼 다산은 조선 사회에 팽배한 학문 즉 오학(五學)에 대하여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민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다산의 사상과 정신은 근본적으로 실학을 중시한 학문으로 민생을 위한 학문이었다. 허세가 아니라 현실 속에 민생을 위한 학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과거학에 대한 다산의 비판은 지금이나 다를게 하나도 없다. 

  오직 입시위주의 공부로 인성은 간데없고 성적과 취업 위주의 입시와 고시에 대한 다산의 비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다산의 오학론이 비록 200여 년 전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오늘과 무엇이 다른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다를게 하나도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다산의 오학론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 우리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안내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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