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한국최초의 사회적기업 성이시돌협회-푸른 눈의 돼지신부, 임피제

  • 정유용 강진우리신문 객원기자



  • 2018년 9월 기준, 강진군 전체 인구 36,350명 중 외국인 인구는 456명이다.  베트남을 비롯 중국, 캄보디아, 일본, 필리핀 등 강진군에서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의 많은 아이들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국적의 어머니를 갖기도 하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 가정의 주부로 또다른 외국인들은 농촌의 일손을 돕는 노동자로 강진군에 거주하고 있다. 40년 전만 해도 농번기 고사리 같은 아이들마저 일손을 거들어야했다.
    지금은 농촌의 농가인구 242만명 중 65세 이상의 노인 비중이 42.5%로 절반 이상이다. 현재 농촌에선 노인만으로만 부족한 일손을 베트남신부의 친정가족까지 부르고 있다. 올 상반기 배정된 농촌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는 2277명으로 지난해 1175명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는 수치를 한국농업경제연구원에서는 내놓았다. 그래서 최근 농촌의 새참도 멸치국수나 비빔국수 대신 베트남쌀국수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강진군과 멀지 않은 제주도 이야기이다. 이러한 많은 외국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J. 맥그린치라고 제주도민들은 이야기한다. 그의 한국이름은 임피제 신부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의사 아버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제주도 땅을 밟는다. 한 해 전인 1953년 강원도에 파견된 골롬반 선교회 신부 7명이 총살당하자 이들을 대신할 5명의 사제 중 한 명으로 한국에 온 것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의 때의 일이다. 당시 제주는 폐허였다. 다수의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였고, 가난의 냄새가 사방으로 풀풀 날렸다. 신부는 이 같은 제주 현실을 한탄해 제주에 아예 정착해 한평생 도민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주민들을 위한 소규모 금융기관, 신용협동조합이었다. 그리고 선교보다도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한국전쟁과 4·3사건으로 환경도, 사람들의 마음도 폐허에 가까웠던 제주는 섬 전체가 곤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주민들을 위한 소규모 금융기관, 신용협동조합이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려던 제주 주민들이 많았던 이유는 그만큼 제주도에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진 무언가를 팔아야만 농사를 지을 자본, 심지어 당장의 생활비가 생기던 시절이었다. 기반이 없는 제주도의 청년들은 어부가 되거나 ‘육지 취업’을 떠났다. 이때 부산의 한 공장에 취업해 일하러 간 한 십대 여성이 원인 불명으로 사망해 주검으로 돌아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임피제 신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에 일자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1959년, 밖에서는 돼지를 치고 안에서는 옷을 만들었다. 아일랜드 수녀들이 제주 주부들에게 방직 기술을 가르쳤고, 기술을 배운 주부들은 집에서 틈틈이 스웨터를 짜서 육지로 팔았다. 그렇게 1959년 한림수직이 설립됐다. 1961년 지금의 성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양, 돼지, 소를 키우는 목장 사업이 시작됐다.  그는 육지로 나가 암퇘지 한 마리를 사들였고, 이를 도민들에게 나눠주며 아시아 최대 양돈목장 이시돌 목장을 세운다. 이후 그가 ‘푸른 눈의 돼지 신부님’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그는 60년 넘게 제주도에 살며 한평생 도민들을 위해 헌신했다.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일으켰고, 성이시돌의원, 양로원, 호스피스 병원, 청소년센터, 피정의 집, 수녀원 등을 설립했다. 한라산 중턱 산간을 경작해 새로운 농업 기술을 전파했고 ‘제주도 근대화 선구자’라는 별칭마저 얻었다. 그는 2014년 아일랜드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됐기도 했다.
     그는 제주에 살며 단 한번도 향수병에 걸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고향인 아일랜드와 비슷한 제주의 풍경도 때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맥그린치 신부는 제주도의 첫인상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는 타인에게 퉁명스러웠지만 은근한 인심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들은 머나 먼 타국 땅에 온 선교사를 굶기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서양인이라고 하면 미국인 밖에 몰랐던 마을 사람들은 한국말을 잘 모르는 맥그린치 신부에게 자기들끼리는 ‘미국 놈’이라고 불렀다. 이때 임피제 신부는 “저는 아일랜드 놈이예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 4월 23일. 향년 90세의 나이. 임피제 신부는 그렇게 제주도민들으로 64년을 살며 그토록 사랑하는 제주 땅에서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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