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4)

  • 내 이야기를 시로 써볼까?





  •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금릉마을학교 주관과 강진교육지원청 주최, 강진우리신문 후원인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 프로그램이 4개월 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진행됐다. 할머니들의 문학활동(시쓰기)을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통해 남은 시간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과정이었다. 강진우리신문이 후원한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 마지막 순서는 할머니의 작품 전시와 시낭독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1월 중 소책자 발간을 앞두고 있다./편집자 주
    ■4개월 여정…어려웠지만 보람차요

    평동마을에 사는 평균 연령 80세 어르신 7명이 4개월 동안, 매주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는 과정이다. 비록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 난다 하더라도 도중에 건강이 허락지 않은 사람도, 시간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그림과 시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 과정은 할머니들의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그것을 다독이고, 이해하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4개월 여 전, 첫 수업이 시작될 무렵 할머니들은 ‘내 생애 첫 시쓰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는 개념에 대해 낯설어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색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글로 표현해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진행된 ‘내 생애 첫 시쓰기’ 프로젝트는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그리고 살아갈 시간을 생각할 기회를 부여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자작시를 낭독하다

    지난 10일 밤 열린 성요셉 문화의 밤 무대에서 그동안 할머니들은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자작시를 낭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차순님(82), 김준례(81), 이창자(86) 할머니 등 세사람이 무대에 올라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쓴 시를 차례대로 낭독하는 시간은, 할머니 자신은 물론 관객에게도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비록 표현이 서툴고 다듬어 지지 않는 시어일지 몰라도 내용만큼은 진솔하고 뭉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김상심(88) 할머니 시는 황희영 지도교사가 대신 낭독했다. 이밖에도 시낭독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수업 과정을 함께 해 온 박복순, 강반순, 김말례 할머니와 가족, 성요셉문화고 학생, 마을주민들이 참석해 진심으로 할머니들을 축하했다. 이날 시낭독은 차순님 할머니가 ‘가을 찬 바람이 불면’, ‘이만하면 행복하다’라는 자작시 낭독과 김준례 할머니의 ‘내 마음의 폭풍’, ‘멍이 들어야 물이 든다’ 등 자작시를 낭독해 박수를 받았다. 또 이창자 할머니는 ‘저녁에’와 ‘어머니의 묘에’라는 자작시를 통해 솔직하고 잔잔한 감성을 오롯이 들어냈으며. 김상심 할머니는 ‘상심아’라는 자작시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자신을 토닥이는 모습을 그려낸 진솔한 표현과 감성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몄다.

    ■살아온 시간을 소책자에 담는다

    4개월 동안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씨가 소책자로 엮어져 1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할머니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쓰고 그려왔던 20여편의 시와 60여편의 그림은 전문적인 시인과 화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힘들게 살아온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잔잔한 삶의 진정성을 들여다 볼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진 평동마을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를 마치며

     

    김준례, 김말례, 강반순, 이창자, 박복순, 차순님, 김상심.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에 참여하신 금릉마을학교 평동마을 할매들입니다. 나의 미래이며, 내 어머님과 남도 할매인 그녀들의 현재와 지난 시간들을 할매들과 할매들 속에서 지난 4개월 여간 넘나들었습니다. 여든 여덟 혹은 여든을 넘긴 할매들은 느닷없이, 잘 덮어두었던 지나온 시간들을 헤적여야했습니다. 그 시간들을 들썩일 때 훈풍이 불기도, 때론 폭풍이 다시 일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20여편의 시와 80여편의 그림이 피어났습니다. 시와 그림이 된 할매들의 삶을, 다시 할매들이, 할매들의 아들 딸들이 어루만져 볼 수 있음은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내 마음의 폭풍’을 선사해주신 김준례 할머님, 춤을 추시던 열정으로 노트 한권을 오롯이 채우신 차순님 할머님, ‘보따리를 쌌지만 끝내 양씨 집안을 지켜내신’ 김상심 할머님, ‘어둑해진 마당을 서성이며 쪽파며 무우를 만져보고 계실’ 이창자 할머님, 필사만 열심히 하시고, 시도 그림도 아직 내보여주지 않아 더욱 궁금한 박복순 할머님, 나로 하여금 ‘말례아짐의 가을’을 쓰게 하신 장본인 김말례 할머님, ‘용기를 내야지!’하셨던, 분갈이 해 줄테니 봄에 오라던 맏언니 강반순 할머니. 봄에 만나야지요. 할머니들 모두 덜 아프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할매들의 노년이 잠시라도 풍요로울 수 있도록 자리를 펴 주신, 성요셉상호문화고 심규한 선생님, 이영신 교장수녀님, 조정희 교감수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19년 신년벽두 겨울 속 봄날에 황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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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연 vkvkdi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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