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3)

  • 마을공동체 사업…평동 할머니들의 생애 첫 시쓰기





  •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금릉마을학교 주관과 강진교육지원청 주최, 강진우리신문 후원인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 프로그램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문학활동(시쓰기)을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정리해내고 글로써 남은 시간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다. 강진우리신문이 후원하는 이 사업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에 우리신문은 전시회와 문집 발간때까지 진행과정을 함께하며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내 이야기를 시로 써볼까?

     

    ■말례 아짐의 가을

    까마귀가 오고
    뒤따라 태풍이 왔다
    까마귀가 왔으니
    초상이 날 거라고
    말례 아짐이 불안함을 누르면서 말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부쩍
    아짐들은 죽고싶다 노래를 불렀다
    그 아짐들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떼로 울어댄다

    죽고 싶다 선두에 섰던
    말례 아짐은
    가만히 고백했다
    저것이 첨엔 반갑더니
    이상하게 싫다고

    까마귀도 태풍도 물러나고
    말례 아짐은 나날이 다르다지만
    여름을 넘어온 것처럼
    가을도 너끈히 넘어갈 것이다

     

    이 시는 그동안 가장 열심히 수업에 임하던 말례 아짐이 어느날부터 시름시름 마음에 먹구름을 담고 힘들어 했다. 5호 콩레이 태풍이 지나던 무렵, 이 모습을 지켜보던 황희영 지도교사는 할머니 마음을 시에 담았다.
    가을소풍 날, 말례 아짐에게 이 시를 낭독하게 할 요량이었지만 결국, 말례 아짐은 다른 할머니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결석을 하고 말아 다른 할머니가 낭독하게 했다.
    말례 아짐뿐만 아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노쇄해져가는 어르신들의 일상이 ‘두근두근 내 생애 첫 시’ 일정마저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은 어르신들의 이러한 과정마저 시가 되게 하고 있다.

     

    좋소-내인생에 소중한 가을소풍



     

    가을빛이 온 누리에 넘쳐나도록 내리쬐고 있던 지난 11일 오후 2시. 8순 어르신들이 오르기에는 결코 쉽지 않는 백운동 별서정원에 가을소풍을 온 학생들의 모습이 남달랐다. 숨도 가프지만 다리도, 허리도 아파 힘들어 하는 할머니 학생들의 손을 꼭 잡은 성요셉상호문화학교 학생들이 함께 소풍을 왔기 때문이다. “경치는 좋소만은 뭣하러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꼬왔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백운동 별서정원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를 묻고 있는 할머니 학생들. 이날은 특별히 황희영 지도교사가 할머니들에게 자신들의 첫 시를 쓰게 할 요량으로 가을소풍 백일장을 준비한 것이다. 자연을 벗삼아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 글로 표현해 보기를 기대하고 준비한 백일장.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력과 기억력이 쇠퇴해져가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글로 시를 쓰게 하는것은 무리수라는 판단으로 같이 소풍을 온 학생들과 세대간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열어보고 소통하는 시간으로 대신했다. 할머니 학생들은 6.25를 비롯 옛날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 내 손자손녀 같은 학생들에게 옛날 모습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반동이라고 어른남자를 새내끼(그 당시는 나이론 노끈도 흔치 않았다)에 줄줄이 묶어 산으로 데려갔지, 그런데 재물을 바치면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한명만 쌀과 소 등을 바치고 살아나고 9명은 목숨을 잃었지. 그래서 우리 동네 9명 남자들 제삿날이 같어” 자신들이 겪고 살아온 1950년대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할머니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글씨로 써서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로 시를 써내려갔다. 자신들의 삶속에 담긴 이야기로 한편의 시를 쓴 가을 소풍 백일장은 할머니 학생들에게는 어쩌면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어느 멋진 가을날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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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연 vkvkdi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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