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 4년 만의 신작 스틸러



  • 박영은 욕망의 소실점을 추적하는 작가다. 장편소설 불온한 숨에선 재도약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위험한 염원을, 이름 없는 사람들에선 벼랑 끝에 선 무명인들을 발판 삼아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의 잔혹한 야심을 날카로운 필치로 써내려가며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된 4년 만의 신작 스릴러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는 개인의 억눌린 욕망을 위해 ‘힘없는 것’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로 추락시켜버린 인물들을 그린다.

    욕망은 어둠을 먹고 자란다. 이상을 갈망하는 마음은 한계 없이 자라나고, 자라난 마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한다. 그들은 죄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명분을 세우고, 진실을 덮기 위해 목격자를 방관자로 만들며 심지어는 스스로 공범을 자처하기까지 한다. 

    이 소설은 비뚤어진 욕망과 맹목적인 자기 과신이 인간을 어디까지 타락시킬 수 있는지 사유하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선한 희생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정의를 타인인 우리가 내릴 수 있는가? 

    벼랑 끝에 선 당신이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는가? 그렇게 작고 평화로운 도시를 쥐고 있던 창백한 손아귀의 진실이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저들을 괴물로 만든 게 무엇인지. 진짜 괴물은 어디에 있는지.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여러 이유 가운데 으뜸은 그것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당신도 곧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폐광과 항구의 도시 선양에서, 사건을 은폐하는 폭설과 과거를 소각하는 화염 앞에서, 15년의 시간을 뚫고 나온 예리한 진실로부터. 이 소설은 박영이 우리에게 보내는 초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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