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사의재 관리

  •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유배를 와 처음으로 머물렀던 사의재가 관광객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의재 초가지붕에서 썩은 낙숫물이 떨어지는 등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비가 온 뒤 떨어진 썩은 낙숫물(지시랑물)이 관광객의 옷에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처럼 초가지붕에서 썩은 낙숫물이 떨어지는 것은 해마다 이엉을 올릴 때 속에 있는 묵은 짚을 걷어낸 뒤 새로 이엉을 얹어야 하는데 그 위에 그냥 올리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묵은 짚은 다 걷어내고 하면 좋겠지만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위에 덧씌우다 보니 그도 그럴것이 볏짚이 축척돼 속에서 썩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매일 사의재를 지나 다닌다는 한 마을주민은 “사의재 지붕 형태마저 기울어 있고 썩은 물이 떨어질 정도로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추수가 끝난 뒤 11월 초·중순이 되면 사의재 초가지붕도 이엉얹기로 새옷을 갈아 입는다. 어쩌면 강진의 문화재로서 오로지 볏짚으로 만든 지붕의 명맥을 잇고 있는 사의재와 영랑생가가 전통을 잇고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데 더 문화재로서 가치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문화재로서 보존되고 있는 사의재는 예전처럼 기술자를 찾아보기 힘들어도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 수리 업체를 선정해 이엉을 얹고 있을 정도로 보존에 힘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의재 이엉얹기는 연중행사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엉얹기가 시작되기 전, 미리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썩은 낙숫물이 떨어지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람 올린다고 표현했던 이엉얹기는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사의재에서는 중요한 일로 여겨왔다. 그렇기때문에라도 이엉얹기는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 볼때 근본적인 단도리를 하고 새옷을 갈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의재 본채의 경우, 다산 선생의 옷과 이불 등 생활했던 모습이 보존돼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옷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는 등 관리가 허술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영랑생가나 다산초당 등 문화재는 직접 들어가거나 만지거나 입어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관리 시스템이 정해져 있지 않는 사의재 본채에서는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매뉴얼을 세워 문화재 보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문화재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문화재는 원형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 관리자 news@gj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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