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걷거나 버스 안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면 너나없이 스마트폰이란 작은 공간에 매몰되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가까운 친척들의 모습 속에서조차 한 뼘 남짓한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나는 친척들과의 정다운 대화가 그리웠고, 스마트폰이 아닌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친척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다가 문득 확 트인 강진만 생태공원을 걸으면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10월의 황금들판을 마주하며 강진만과 탐진강의 어귀에 자리잡은 생태공원은 가을의 상징인 갈대가 장관을 이루며 가을을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을 설레게 하는 곳이었다.
혹자는 ‘보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을 한다. 즉 인간의 시각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강진만 생태공원은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강진만 만큼이나 드넓은 환희와 감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생태공원에 들어선 우리 일행은 끝없이 펼쳐진 갈대들의 향연에 심취되었다. 특히 눈앞에 펼쳐진 짱뚱어와 게, 새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너나할 것 없이 아름다운 강진만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인간이 만든 스마트폰이 아닌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천혜의 걸작을 보며 마음껏 즐겼다.
최근 ‘남도답사 1번지’라 불리는 강진은 가고 싶은 섬 ‘가우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못지않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강진만 생태공원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관광객 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고 탁 트인 바닷가 절경을 바라보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도로가 해안도로를 따라 연결돼 있다. 1천131종 남해안 하구 최대의 생태다양성 보고 등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탐방코스를 3군데로 분산 조성해 다양한 시점에서 강진만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 또한 관광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강진만 생태공원에서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힐링’이란 것과 마주했다. ‘여행은 대화다’라는 말처럼 강진만을 거닐면서 어떤 것을 함께 바라보고, 함께 대화하며, 그 순간들을 공유해 나갔다. 그 결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가 보았던 아름다운 갈대숲과 순간의 소중함을 사진을 통해 추억으로 갈무리해 나갈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강진만 생태공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한 풍성한 추석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