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쌀산업의 포석, ‘가루쌀’ 재배

  • 안준섭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



  • ‘포석’이란 ‘바둑에서 중반전의 싸움이나 집 차지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 놓는 일’ 또는 ‘앞날을 위하여 미리 손을 써 준비함’ 이라는 뜻이 단어이다. 작년부터 정부에서는 ‘가루쌀’이 미래 쌀산업의 포석이 될 수 있다면서 가루쌀 생산량을 2023년 1만 톤에서 2027년 20만 톤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를 위하여 전문 재배단지 조성과 직불금 등 지원, 정부의 지속적인 매입을 약속하고 있다.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자 농업농촌의 근간이지만, 최근 식생활 습관의 변화 등으로 밥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쌀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가루쌀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밀과 같이 전분 구조가 성글어서 밥을 지을 수는 없고 가루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으로 품종명은 ‘바로미2’ 이다. 또한 기존 쌀 생산 기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모내기 시기가 늦어 밀과 이모작에 유리하여 식량안보에 필수인 논을 유지하면서 밥쌀 수급도 해결할 우리나라 미래 식량 산업의 ‘포석’인 것이다. 이런 가루쌀 재배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20만 톤을 소비시킨다면 재고량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지만 이를 위한 다음과 같은 세밀한 재배 방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루쌀은 일반벼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육묘상자당 마른종자 기준으로 200g 정도만을 파종해도 충분하며 충분한 수량 확보를 위한 재식밀도는 3.3㎡당 80주이기 때문에 10a당 종자는 5~6kg, 육묘 상자는 30개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육묘기간이 6월 중하순의 고온기로 밀파하거나 오래 키우면 웃자람 및 병 발생이 되기 때문에 8~12일의 어린모 수준으로 육묘를 하여야 하며 관수는 하루에 1~2회 실시하는 노지 바닥육묘를 실시하여 빠른 매트 형성을 유도하여야 한다. 

    아울러 가루쌀 재배의 가장 핵심인 이앙시기는 6월 하순~7월 상순으로 이는 수발아에 매우 취약한 품종적 특성에 따라 수발아를 회피하기 위해 늦이앙을 하여 강우량이 적은 시기에 벼가 여물도록 유도를 하여야 한다. 조기 이앙으로 인해 8월 20일 이전에 이삭이 패면 등숙 후기 강우에 의한 수발아 위험이 매우 크다. 가루쌀은 가공용 품종으로 이삭수가 적고 늦모내기로 인해 새끼치는 기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앙시 재식밀도는 평당 80주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품종의 특성상 가루쌀은 수량이 적은 품종으로 위와 같은 밀식재배와 더불어 알거름으로 요소 3㎏/10a 정도를 시비하여 등숙비율을 향상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삭 패는 시기가 늦기 때문에 나방류(특히 이화명나방, 혹명나방)의 피해가 일반 품종에 비해 크기 때문에 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방제를 하여야 한다. 

    가루쌀 수확시기는 재배시기, 기상, 토양상태, 지역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이삭이 팬 후 50일이 지나면 수확하고, 외관상으로 한 이삭의 벼알이 90% 이상 익었거나 현미의 수분함량이 22~26% 정도일 때가 수확 적기다. 수확을 한 후에 수확한 벼를 바로 건조하지 않고 장시간 상온에 방치할 경우 톤백 내에서 수발아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확물은 바로 수분함량 15% 수준으로 건조를 하여야 한다.

    이처럼 가루쌀은 파종, 육묘, 이앙시기, 재식밀도, 비료수준, 수발아 위험성 등 일반벼와는 전혀 다른 품종 특성을 지닌 가공용 벼로 장마철에 이앙을 해야 하는 부담감과 등숙후기 수발아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품종인 것 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가루쌀은 정부 정책에 따른 각종 지원금과 차별화된 정부수매 방침 등 농가 소득 향상은 물론 장기적으로 쌀 수급조절에 효자 역할을 해낼 품종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저작권자(c)강진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신문 news@gjuri.com
    • Facebook Twitter KakaoStory Naver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