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사무소에 활짝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 꽃을 심을 때는 힘이 들었지만, 내가 직접 심은 꽃이라는 생각에 자주 꽃을 살피게 된다. 하루는 노란 매리골드 가지를 다듬어주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나비 한 마리가 꽃에 앉았다. 잠시 손질을 멈추고 나비를 바라보다가 ‘꽃에게 나비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예전에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저자 트리나 폴러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그저 나뭇잎만 먹던 애벌레가 자기만의 삶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많은 애벌레들이 올라가고 있는 기둥을 발견하고, 기둥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 기둥을 오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허무함을 느끼는데, 그때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를 보고 기둥에 내려와 나비가 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30분도 안 돼서 읽을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의 동화책이지만 그 속에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애벌레가 뒤섞여 올라가는 기둥은 다수가 하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는 우리의 모습을 의미하고, 그것은 결코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반면에 애벌레 기둥에서 내려와 나비가 되는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어쩌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꽃과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야만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작가의 숨은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꽃을 보다가 생각난 책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자기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만을 위하여 끝을 알 수 없는 애벌레 기둥을 오를 것인가? 아니면 가장 나다운 나비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인가? 공직 생활이 이제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어쩌면 나는 애벌레처럼 그저 나뭇잎만 먹고 아무 의미 없는 애벌레 기둥만을 바라보고만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신규 직원이라서 아는 것이 없으니까’ 혹은 ‘이전에 했던 것이 맞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규정을 찾아보지도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었다. 앞으로는 ‘나는 주민들에게 어떤 공무원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이 될 수 있는 나만의 특색을 가지고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