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버스여객터미널 마당에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그날따라 곱고 따스했다. 3일간의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둘째 날이던 지난 21일, 만추의 들녘은 넉넉함을 드러냈고 강진만 갈대숲은 서걱거렸다. 잔잔하던 내 마음 한켠에 나지막한 울림이 두웅~ 두웅~ 하더니 이내 북소리처럼 커졌다. 설렜다.
매 주말 오후 강진버스여객터미널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섬세한 기타 선율과 깊고 중후한 색소폰 연주는 지바고 커피숍 길목을 돌아 거리로 흐르지만 듣는 이가 적어 연주자에게 미안한 마음. 그렇게 주말 오후 터미널엔 사람이 없다. 강진 K-POP 콘서트가 열리던 날 아침, 버스가 도착하면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텅 빈 주말, 강진읍내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 맞춤이었다. 거리는 북적였고 조용했던 강진읍내가 살아 움직였다. 젊은 아이들의 힘이란 그래서 좋은 것 같다. 강진군이 축제를 유치하고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이유도 사람이 밀려오는 원초적인 힘을 믿기 때문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2만명의 한류 팬들이 가득 메웠던 강진종합운동장에서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 ‘자리가 비었어도 가방을 올리지 말라’, ‘통로를 비워둬라’ 라는 슈퍼 콘서트 사회자의 멘트가 들리는 듯하고 질서정연하게 물 흐르듯이 자기 자리를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질서를 지키고 사회자의 말에 주목하고 객석을 지키는 강진군민의 문화수준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 비할 수 있을까. 그 순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에게 강진 K-POP 콘서트는 젊은 사람들의 몫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가서 관람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무대를 가득 채우는 출연진들의 열정적인 공연, 관람객의 환호와 열의. 그리고 이 세 박자의 황홀한 어울림, 그 순간은 아름다움이었다. 또한 이런 큰 행사는 입장 때보다 퇴장 때 사고의 위험이 더욱 따름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퇴장하는 강진군민과 한류 팬들은 강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격조 높게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강진읍 길목과 행사장, 그리고 그 주변에서 2만여명의 관객 통솔과 교통정리, 노점 단속을 하고 있던 강진군 공무원들의 노력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드디어 강진군도 해냈다’라는 자신감에 박수를 보낸다.